알래스카 여행 (12)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까지의 여정이다.
속도는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서서히 가속하는 기차는 부드러웠고 내가 앉아있던 의자는 푹신하고 편했다.

 잠시 기억을 되돌려보며 앵커리지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거의 무계획에 가까운 여행이었고 기차를 내리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만난 한국사람들의 도움으로 큰 탈 없이 나는 기차에 있을 수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나도 언젠가 그 사람들처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눈을 감고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봤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기.
앵커리지에서 돌아가기vs페어뱅크스에서 돌아가기 두가지 선택을 먼저 해야만 했다.
깊게 고민 할 필요도 없이 페어뱅크스에서 돌아가야 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앵커리지로 돌아가 나에게 페어뱅크스 이야기를 해달라는 보스톤 출신의 노란머리 누나에게 가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기회비용은 너무나도 컸다. 나는 계속해서 두루뭉실한 계획을 만들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창밖의 풍경은 눈 덮인 땅과 설산을 볼 수 있었다.
기차는 승객들을 배려해주듯이 아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적당한 속력을 유지하며 달렸다.


 기차 직원들이 무스를 발견하면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왼쪽 또는 오른쪽에 무스(Moose)가 나타났다고 알려주었다.
꽤 여러번 방송을 들었지만 나는 무스를 보는데 여러번 실패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방송을 들었고. 운 좋게 나는 아주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화질은 나쁘지만 동영상 촬영도 했다.
눈 속을 뛰어다니는 무스였다. 가까이서 무스를 꼭 보고 싶었다.
나의 첫 무스였다.

 여러가지 안내방송에 따라서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소리를 만들어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기차 통로를 사이에 둔 내 건너편 자리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가 사진을 찍어줄 수 있다고. 나는 아직은 괜찮고 조금있다가 멋있는 풍경이 나오면 그 때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저씨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는 이 말을 시작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항상 대화의 시작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그의 이름은 제이. 나의 (영어) 이름은 준.
얼추 비슷하다며 우리는 껄껄 웃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여행작가였다.
대화를 하다보니 우리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페어뱅크에서 80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노천탕, Chena Hot Springs를 가는 것 이었다. 인터넷에 페어뱅크스를 검색하면 항상 따라오는 명소이다. 눈 덮인 자연과 함께 온천은 정말로 멋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어느덧 기차에서 제공되는 (유료)아침식사 시간이 왔고, 제이는 아침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자리를 잠시 비웠다.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오늘 새벽에 월마트에서 산 레몬케이크를 꺼내 몇조각 먹었다. 충분했다.

고프로 히어로 6 촬영

 기차와 기차가 연결되는 칸에 가면 창문을 열고 진짜 자연을 촬영 할 수 있다.
처음 캐나다 갈 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고프로 히어로 6로 샀다.
나중에 알아차렸지만 미국 공항 내 있는 면세점이 조금 더 저렴했다.....

 알래스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Denali National Park(디날리 국립공원)가 저기 보인다고 안내방송이 시작되었다. 디날리 국립공원 내 디날리 산은 북 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데 디날리 라는 이름을 쓰다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시 디날리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오바마 전 대통령이 되찾아온건 확실)




디날리 산맥

 사진을 막 찍었다. 그냥 계속 찍었다. 줌도 하고 카메라도 돌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엄청 찍었다. 아, 사진과 동영상은 다른 설명이 없으면 아이폰8 기본 카메라를 사용했다.


 가끔식 이렇게 그림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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