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nto The Wild 의 한 장면
내가 지금 Fairbanks 에 있다.
나는 무사히 9th Ave Hostel, 내가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부킹닷컴 기준 평점 8.4점이다.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부엌이 작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에겐 충분했다. 나는 늦게 도착했기때문에 호스텔 직원을 만날 수 없었고, 호스텔 현관 비밀번호와 내 방, 내 침대 위치를 이메일로 받았기 때문에 셀프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호스텔은 딱 내가 좋아하는 크기였다. 모두가 가족처럼 살갑게 지내기 충분한 아담한 크기의 호스텔이었다. 방이 작거나 좁다는게 아니다. 방 자체가 많이 없고 공용공간이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공용 공간.
아늑했다. 꾸민듯 꾸미지 않은듯 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크리스마스는 지난지 한참 되었지만 밖에 쌓여있는 눈을 본다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최고의 장식이다.
나는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내 침대로 가서 누웠다. 나는 예약을 1박을 한 상태였다.
차를 렌트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밤이되면 차 안에서 잘 계획이었다.
4인실 방.
내 방은 지하 1층에 위치해있었다. 평소 한국과 호주에서 지내던 곳은 지하랑 연결되지 않던 집 이었다. 고층 아파트, 시골의 넓은 1층 단독주택. 집 안에 들어와서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또다른 공간이 있다는게 나는 좋았다.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다.
내 자리는 분홍색 시트가 깔려있는 2층 침대였다.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다가 나는 곧 잠이 들었다.
마당에 있는 이글루.
아침이 밝았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먹기위해 부엌으로 올라갔다. 앵커리지 월마트에서 산 꼬꼬면 2봉지가 남아있었다. 꼬꼬면을 먹으러 가즈아.
부엌은 고요했던 어젯밤과 다르게 약간 북적였다. 주방과 공용실에 총 4명의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아침 인사를 하였다. 3명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있는 중국친구들, 1명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나는 물을 끓이고 꼬꼬면 스프와 면을 넣었다. 꼬꼬면의 냄새가 부엌 가득히 퍼졌다. 중국인 한 명이와서 나에게 냄새가 중국전통 음식과 비슷하다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요리인데?" 나는 물었다.
"닭 발" 그녀는 대답했다.
"...?! 뭐라고??"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했다.
" 응 닭발, 근데 나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그녀는 아침을 먹으려는 나에게 이상한 말을 하였다.
라면이 완성되고 나는 곧 먹기 시작했다. 자꾸 닭발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매운 닭발을 좋아한다. 매운 닭발 말고는 먹어본 적이 없다. 닭발 하면 매운 맛. 불 맛. 이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 닭발은 꼬꼬면과 냄새가 비슷하다니. 기분이 묘했다.
나와 4명의 여자들은 간간히 대화를 계속 주고받았다.
그 중 중국계 미국인 여자가 자신이 오늘 체크아웃하는 날 이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바로 반응했다. 나도 오늘이 체크아웃이라고. 어젯밤 하루에서 이틀정도 호스텔에서 더 머물러야겠다는 내 계획이 생겼다. 나는 그녀에게 계획이 뭐냐고 물었다.
그녀는 다른 호스텔로 옮긴다는 것 이었다.
"왜 옮기는거야?"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옮기기 싫은데 여기 주인이 예약이 가득 찼다고 나보고 나가래." 그녀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 그러면 나 역시 옮겨야겠지?" 나는 또 움직여야 할 생각에 힘이 빠졌다.
"그럴거 같기도 하고, 너는 남자 방 쓰니까 아마 더 지낼수 있을지도?" 그녀는 대답했다.
호스텔엔 주인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음.. 나도 그쪽으로 옮겨야겠다. 같이 가도 될까?"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바로 승낙했다.
그녀에겐 차가 있었다. 하루 렌트 한 렌트카였다. 오늘 4시까지 반납을 해야만 하는.
우리는 짐을 챙겨 호스텔 밖으로 나왔다.
조그만 여자애가 호스텔 앞에서 얼타고있는걸 나는 발견했다.
나는 말을 붙였다. "무슨일이야?"
"아.. 나는 오늘 여기에 체크인 하는 날인데, 문이 잠겨있고 아무도 없는것 같아서..." 조그마한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따라와" 나는 그녀를 문 앞으로 안내했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추울까봐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던 조그마한 애는 귀여웠다.
흔한 페어뱅크스의 도로.
나와 중국계 미국인 여자는 차에 탔다. 그녀는 나에게 조심하라고 했다. 완전 초보 운전이라고. 나는 속으로 에이 설마 그냥 겸손한거라고 생각했다. 차는 곧 출발했다.
급 가속에 급 브레이크. 완전한 초보 운전이 맞았다.
그녀는 나에게 제안했다. 너가 운전할래? 나는 거절했다. 왜냐면 그 차는 내 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버린 도로 빙판길. 괜히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새로운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9th Ave Hostel 로부터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곳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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