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여행 (15)


 새로운 숙소의 이름은 Glacier House. 페어뱅크스와 아주 어울리는 이름이다. 주소도 Glacier Ave에 위치해있다. 빙하.. 비행기 안에서 본 바다위에 떠 있는 잘게잘게 조각나있던 빙하가 생각났다.

 관리인 아저씨는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지도를 가져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우리의 질문에 대답을 아주 자세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방을 안내받았다. 내 방은 처음 맡아보는 쾌쾌한 냄새가나는 2층 침대가 2개 놓여져있는 4인실 방이었다. 나 말고 먼저 들어와있던 1명의 냄새라는걸 짐작 할 수 있었다. 쾌쾌했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고약한 냄새는 아니었다. 그렇게 내 방은 나를 포함해 총 2명이서 사용했다. 나는 이 숙소에서 이틀을 지낼것이었다.

 나는 부엌에서 중국계 미국인 아줌마에게 Chena Hot Springs에 대해 몇가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내가 어제 페어뱅크스에 도착했을때 총 5명의 사람들과 돈 뿜빠이를 해서 다녀왔었기 때문에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와 일본남자 1, 일본여자 1, 독일남자 1, 기억이 안나는 누군가 1 총 5명이서 다녀왔다고 했다. 그들중 일본남자와 일본여자는 아직도 9th Ave Hostel에 묵고있다고 했다. 나도 뿜빠이 하고 싶었다. 혼자가기에는 거리도 꽤 멀었고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녀는 나에게 9th Ave Hostel에 가서 동행을 구해보라고 제안했다. 오늘 아침에 봤던 3명의 중국인과 호스텔을 떠나기 전, 만났던 조그마한 여자애 1명을 떠올리면서 그들에게 물어보기로 계획했다.

 그녀의 렌트카를 공항에 반납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렌트카 가격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에, 그녀를 따라 같이 공항으로 갔다.
초보운전인 그녀가 나에게 다시 제안했다. "너가 운전할래?" 내 대답은 거절이었다. 사고라도 난다면 골치아프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례, 갑자기 급 브레이크 몇 번 밟은걸 제외하고는 무사히 공항에 자동차를 반납 할 수 있었다. 나는 렌트카 직원에게 가서 여러가지 정보를 얻었다. 가격은 대략 하루 대여료가 150불정도 했다. 싼 렌트카들은 이미 다 예약이되어있어 가장 저렴한게 중대형 크기의 세단이었다. 나는 아직 뿜빠이 멤버를 찾지 못했기에 렌트를 하진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는 우버를 불러 공항에서 다운타운쪽으로 가기로 했다. 중간에 나는 9th Ave Hostel에 가서 뿜빠이 멤버를 구하러 내리기로 했고 그녀는 Glacier House로 곧장 간다고 했다. 이런게 영업기술일까, 나는 멤버를 모집해야만 했다.


9th Ave Hostel.

 도착했다. 생각해보면 Glacier House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작명센스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 도로명 주소 + Hostel or House 이게 끝. 아주 단순하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으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약간 당황했다. 영업을 하러 왔는데 주인이 있을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우린 한 번도 안면이 없는 사이였고 나는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제 묵고간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고, 길을가다가 인사하려고 들렸다고 했다. 엉성한 내 영어실력 때문일까,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알아보는 센스 때문일까 그는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한국말로. 그는 내가 알래스카에서 만나는 3번째 한국사람이었다.
나에겐 행운이었다. 더욱 더 쉽고 재미있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친해질 수 있었다.
그를 보니 미국에서 오래 산 한국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다시 묵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당연하다고 했다. 아니 아쉬워했다.오늘 아침 조금만 일찍 왔다면 손님 한 명을 계속 유치 가능했기에. 나는 그 자리에서 이틀 후, 13일, 하룻 밤을 위한 예약을 했다. 15일 새벽에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어느덧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얘기로만 들었던 일본인 커플, 오늘 아침 만난 조그마한 여자애. 나는 영업을 곧 시작 할 수 있었다. 미리 말하자면, 여행 멤버를 구하는게 목적이긴 했지만 어떻게 구워삶아서 구해야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냥 즉흥적이었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자기소개였다. 일본 친구들과 약간의 대화를 주고받고 있던 도중, 조그마한 여자애가 나에게 아침에 안내해준 그 사람 맞냐고 나에게 물었고 나는 맞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4명이서 대화를 했다. 약간의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조그마한 여자애는 중국에서 온 미국 유학생이었다.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졸업을 앞 둔 학생이었다.
이미 온천(치나 핫 스프링스)을 다녀온 일본애들이었기 때문에 조그마한 여자애에게 제안을 했다. 렌트를 해서 같이 가자고. 그녀는 대답을 회피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생각을 해보면 성급한 질문이었다. 만난지 몇시간만에 모르는 사람이 차를 빌려 온천을 가자고 한다는건 이상해 보이기 충분했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제안을 했으면 나는 승낙했을테지만..
그녀는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했고 나는 오늘 밤까지 꼭 알려달라고 했다.
고민하는 그녀를 위해 나는 일본 친구들에게 온천 후기에대해 물었다.
그들은 외쳤다. "스고이"
이 밖에 우리는 여러가지 대화를 하면서 친해졌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Big Daddy's BBQ & Banquet Hall.

 우리가 간 바베큐 레스토랑이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중국에 관한 괴담, 나의 고정관념 등등 평소에 궁금했던것을 많이 물어봤다. 납치, 장기매매, 삼합회, 치안 등등. 그녀는 완전히 부인했다. 중국은 안전하고 삽합회라는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마찬가지로 일본친구들에게도 질문을 했고, 나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는만큼 해주었다.
여러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했고, 곧 저녁식사는 끝났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고 꽁꽁 얼어붙은 강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얼어붙은 강에 가기로 했다.


얼어붙은 강.

 가까이 가니 얼음을 밟고 싶어졌다. 우리는 돌들을 주워 얼어붙은 강 바닥을 향해 있는힘껏 던지기 시작했다. 괜찮아 보였다. 내가 제일먼저 들어갔다. 친구들은 걱정의 목소리로 "괜찮겠어?", "위험해 보여 조심해!" 등 나를 걱정해주었다.
얼음은 아주 튼튼했다. 나는 " 완전 꽁꽁 얼었어. 그리고 물도 깊지 않아. 와도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일본인 커플은 내 말을 듣고 곧장 들어왔다. 조그마한 중국 여자애는 계속 망설여했다. 나는 발을 들어 얼음을 강하게 밟으면서, 괜찮으니까 오라고 안심시켜주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안으로 들어왔고 이 강은 곧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숙소로, 그들은 그들의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9th Ave Hostel에서 맥주 한잔 하고 가라고 날 붙잡았다. 나는 못이기는척 그들을 따랐다.

자연 냉장고.

 일본인 커플은 눈 속에서 숙성중이던 맥주를 주었다.
대화를 하다가 다시 온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인 커플중 여자애는 또 가고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놓치지 않고 그럼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남자가 가면 간다고 했다. 일본 남자애를 구워삶으면 거의 모든게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중국 여자애가 일본 남자애에게 그러면 내가 니 몫으 반을 부담해주겠다고 같이가자고 엄청난 말을 해버렸다. 역시 중국..
똑똑한 일본 남자애는 그러면 당연히 간다고 승낙했다. 나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이렇게 4명의 온천여행 파티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세부적인 계획을 짜고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나는 정말로 떠날 시간이 왔다. 걸어간다면 45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