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여행 (17)


 온천(Chena Hot Springs)은 리조트와 함께 셋트이다. 가서 온천만 즐길수도 있고, 리조트에서 숙박을 할수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다. 분명히 비쌀것이다. 우리는 각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노천탕에 입수했다.

Chena Hot Springs (구글 펌).

 방수기능이 뛰어난 고프로 히어로 6를 가져온 나였지만 사물함에 넣어두고 정작 사용하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물속에 있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고, 고프로는 점점 무의식속으로 잊혀져갔다.

 온천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사진처럼 큰 노천탕이 있고, 옆에 작은 자쿠지가 있다. 또 실내에는 수영장? 비슷하게 풀장이 있다. 날씨는 영하였지만 탕 안에 들어가는 순간 추위는 전혀 느낄수 없었다. 아니 나는 오히려 더웠다.

 시간은 흘러 석양이 지고, 곧 어둠이 하늘을 덮었다. 밤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결코 틀린말은 아니었다. 열심히 수다떨고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은 꽤 조용해졌고 자기들만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나 역시 더욱 깊은 생각에 잠겼고 주변 사람이 보기에 내 표정이 사뭇 달라보였나보다. 이내 작은 중국인 유학생, 베라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에대한 질문을 쏟아부었다. 애같이 귀엽게 생긴녀석이 갑자기 무거운 질문을 해서 흠칫 했지만, 나는 나에 대해 가능한 한 솔직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베라는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을 딱딱 찝어내 계속 질문세례를 이어갔다. 나는 그녀가 고마웠다.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었고 어리고 귀엽게만 보이던 애가 사뭇 달라보였다. 사실 베라는 나랑 동갑이다. 근데 얼굴이 되게 어린애같이 동안이다. 나에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무엇인가 공통된 고민거리가 있기도 했고, 그냥 대화가 즐겁고 의미깊었다.
베라에게 힘을 많이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가까워진 사이가 된걸까?

 사람들은 나를 보면 종종 아니 꽤 자주 묻곤한다. 왜 이렇게 생활을 하냐고. 나중엔 어쩌려고.
사실 잘 모른다. 그냥 한다. 답을 찾지는 못했다. 애초에 답이 존재하는지도 미지수다.
고민도 많이하고 가끔은 남들처럼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많이 흔들리는 요즘이지만 일단 계속 가보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