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여행 (6)


 그렇게 Yamaha에서 맥주를 마신 뒤, 나는 숙소로 돌아와 수면을 취했다.
아침이 밝았다. 아직도 아담한 거실과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방을 나 혼자 사용한다.
고요한 아침이었고, 목이타서 싱크대로가서 머그컵을 들고 수돗물을 받았다.
음주 후의 갈증. 그런 느낌. 술을 좀 마신 다음날에 느낄 수 있는 그 갈증.
물을 마셨다. 이제서야 이야기하지만, 내 기준 알래스카에서 마신 수돗물은 엄청 시원하고 다른나라 수돗물에 비해 맛이 깔끔했다. 아직까진 넘버 원 수돗물.

 영화의 주인공이 쫓기다가 잠깐의 휴식처로 인적이 거의 없는, 안락한 숙소에 들어와 한숨 돌리는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을 떠나는 날 이다.
앵커리지에서 페어뱅크로 떠날 계획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었다.
비행기와 기차 사이에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계획도 정확하지 않은데 숙소를 짧게 예약한 이유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으니 돈을 아끼자는 측면에서 하루정도는 공항 노숙을 하기로 했다.

 오전 11시쯤, 나는 내 가방을 들고 주인 아저씨 '존' 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존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고 나이스했다.

 또 무작정 걸었다. 걷다보니 한인교회가 근처에 있다는 표지판을 보았다.
어라?! 알래스카에 한인 교회라니 ! 나는 반가웠다.
교회로 가보기로 했다.

교회 입구.

 교회는 표지판으로부터 멀지 않은곳에 있었다. 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거대한 한국 교회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교회겠지만, 앵커리지 안에서 건물들과 비교했을때 규모가 크고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는 교회였다.
누군가 있을까 싶어 문을 부드럽게 두드려 봤지만, 아무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입구에 '안녕하세요 여행왔어요' 라고 적은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지않고 계속 걸었던 탓 일까. 점점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나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간판을 발견했다.

 나의 이목을 초 집중시킨 그 간판.
나 루 토.
 나루토 실내 사진. 앵글 뒤쪽으로 자리가 조금 더 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내 또래의 남자애가 서버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보고 나루토 라멘(Naruto Ramen)과 매운 참치 롤(Spicy Tuna Roll)을 주문했다.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면.. 전혀 친절함을 느끼지 못했다.
뭐, 어쨋거나 배고픈 나는 일단 먹는게 급했으니.
나루토에 왔으면 나루토 라면을..!

 Naruto Ramen & Spicy Tuna Roll

 주문한 음식을 받으면서, 나는 정중하게 와이파이를 사용 할 수 있냐고 내 또래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 친구는 We don't give a wifi. 라고 대답을 했는데 말투가 약간 그랬다.
처음 주문을 받을때부터 좀 그랬다.
내가 물어보고도 당황스러웠다. 안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다운된건가, 아니면 원래 저런말투를 사용하나.. 
자신이 받은 서비스가 구릴땐 팁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캐나다 방문자 센터에서 배운적이 있다.
지금이 이 상황이 그런 상황일까?! 

 일단 먹는데 집중을 했다.
맛은 뭐 그럭저럭. Spicy Tuna Roll은 전혀 맵지 않았다.
거의 항상 느끼는데 내가 가본 나라에서 Spicy는 Spicy가 아니다.

계산서.

 계산서를 받으니 다시한번 팁에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가장 작은 단위의 화폐가 20불 짜리 지폐였다.
잠깐 고민을 하고, 나는 20불 지폐를 한장 꺼내서 까칠한 남자직원에게 건내었다.
그는 나에게 거스름돈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나는 필요없다고 대답했다.
어라?? 이자식 표정이 급 밝아지는걸 내가 포착했다.
웃을줄 모르는 그런 녀석인줄 알았는데 혼자 흐뭇하게 씨익 웃는 모습이 나를 황당하게 했다.
'다음부터는 평소에도 웃고 다니길' 나는 생각하며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걷다보니 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새로운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큰 마트, 도서관, 영화관 가는걸 좋아한다.
내 다음 목적지는 도서관이었다. 지도를 따라 도서관을 향하였다.
도서관은 앵커리지 다운타운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한국 간판을 발견하였다.
반가운 한글들.

 한식당이라고 예상 할 수 있는 고향옥, 그리고 그 옆에 하나 투어.
도서관 전에 하나투어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무엇인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단정지을순 없지만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나는 페어뱅크(Fairbanks)으 갈 예정인데 어떻게 갈 것 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나의 상황을 설명드렸다.
괜찮은 투어 패키지가 있다면 구매 의향도 있었다.
아주머니는 몇 가지 설명을 해주셨고, 나를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나에게 알맞은 투어 패키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안타깝게도 비수기, 겨울에 혼자서 여행온 나에게 알맞은 투어 패키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알래스카에 혼자 온 한국사람은 정말 드물다면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위로 아닌 위로였을까.
그리고 그녀는 기차를 타고 페어뱅크로 가라고 나에게 추천을 했다.
몇가지 기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차 안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장관이라는 말에 비행기를 타고 페어뱅크에 가는 계획을 접어버렸다.
그녀는 나를 위해 기차표를 얘매했고, 대리 예약비용으로 5불을 요구했다.
기차표 195불, 수수료 5불, 총 200불을 소비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그런 스케쥴의 기차였다.
나는 감사를 표했고 우리는 약간의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알래스카에는 한국인이 약 5~7천명 정도 거주중 이라는 이야기에 나는 놀랐다.
우리는 약간의 대화를 더 주고 받고, 나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시 다운타운 쪽에 있는 도서관을 향했다.

 걸으면서 계획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내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하니 눈을 붙일곳이 필요했고, 나는 그 곳을 공항으로 정했다.
이미 공항 노숙 경험이 있는 나에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저녁까지 다운타운을 거닐고, 맛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뒤, 공항으로 가서 잠깐의 수면을 취한 뒤, 택시나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자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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