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이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첫 인상.
아주 일부분만 보고 느낀것을 바탕으로하는 성급한 판단.
특별하지 않았다. 뭔가 새롭지도 않았다.
흐린 날씨에 칙칙한 건물들.
회색 도시라는게 참 어울리는 그런 도시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땅덩어리의 아주 일부분인 밴쿠버, 토론토 도시를 봤을 뿐.
회색도시 밴쿠버
해외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모아 캐나다 사람은 친절하다고 했다.
딱히 친절하다거나 불친절함을 느끼진 못했다.
나에게 지나칠 정도로 큰 친절을 베풀던 호주의 한 가족.
그 가족이 주었던 친절함에 나의 마음이 무뎌진걸까.
종이 한장. 퍼밋, 확인증이라고 하는 그 종이 한장을 받지 못했다.
그 종이를 뽑는 인쇄기가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던데 최소 1주일은 걸릴거라고 했다.
그 종이가 없으면 나는 SIN넘버(일하는데 꼭 필요한)를 만들 수 없고, 은행 계좌를 개설 할 수 없다.
입국시 처음부터 받았어야 할 나의 종이 쪼가리와 칙칙한 캐나다의 첫 인상이 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항상 꽤 많은 현금을 들고다녀야 했고, 구직활동도 할 수 없었다.
일주일간 예약된 숙소 안에서 할 수 있는것은 특별하지 못했다.
아주 불편하고 난감했다.
완전히 첫 단추를 잘 못 꿰어버린 느낌.
이런 캐나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싶진 않았다.
내가 무었을 할 수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공부?여행? 크게 두가지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었다.
변명이지만 첫 인상이 구릴대로 구린 나라에서 공부에 집중 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선택지, 여행.
마찬가지로 구린 인상을 안겨준 나라를 아직은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나라로 가고싶었다.
알래스카..
호주 오렌지 농장에 있을때 일을 마치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다같이 모여 넷플릭스 영화를 보곤 했다.
미국에서 온 토니. 그의 추천 영화 In To The Wild(인투더 와일드).
주인공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그런 이야기의 영화.
영화에서 알래스카가 묘사된다.
딱 이 영화가 떠올랐다. 알래스카를 가기위한 정보수집이 곧 시작되었고, 나는 토론토에서 앵커리지(알래스카)행 편도 티켓을 구매했다.
300불 정도의 가격과 3번의 비행.
나에게는 큰 배낭 한 개와 학생들에게 어울릴 만한 크기의 백팩 하나가 있었다.
알래스카에 모든 짐을 들고가기는 싫었다.
사실 지친다. 무겁다. 짐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여전히 많다. 더 줄일것이다.
호주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에게 큰 배낭을 하나 맡아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알래스카를 나중에 가라고 나를 말렸다.
모든게 해결이 되면 가라고.
엄청나게 답답함을 느꼈다.
해결이 되는게 없으니깐 떠나는 여행인데, 내 여행동기를 완전히 부정해버리는 그런 말 이었다.
다시 한 번 정확히 내 의사를 표현했더니 그 친구는 나의 가방을 맡아준다고 했다.
별로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나였으면 흔쾌히 맡아주었을 텐데.
출국 하루 전 날.
나는 오후 1시에 "레드 스페로(Red Sparrow)" 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갑자기 자기 새로운 직장에서 트라이얼(면접 비슷한 그런거)이 잡혔다고 가방을 맡아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15분이면 충분히 친구네 집 까지 갈 수 있었고, 어디냐고 물어봤을때 집 이라고 대답한 녀석.
실망을 했다.
잘 못 끼운 단추가 생각나면서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공항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돈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짜증났다. 이럴때면 술이 땡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알게된 2명의 낯선 남자와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우리는 이튼센터라는 토론토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에서 만났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가까운 술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펍 내부
나는 그 카페에 가방 하나 맡아주실 분을 찾는다고 글을 올렸다.
운 좋게 나에게 연락이 왔다.
술자리를 파 하고 나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무사히 배낭을 맡길 수 있었다.
배낭을 맡아 줄 수 있다고 연락을 주신 분에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침낭 한 개와 가방 한 개.
나는 공항으로 갔고 곧 비행기에 몸을 실을 일만 남았다.
이 순간은 항상 두근거린다.
이렇게 나의 알래스카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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