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여행 (18)


 우리는 배고픔에 지쳐 온천에서 나왔다. 바로 가까이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어서 그 곳으로 갔다. 다행히 라스트 콜 10분 전에 도착해서 주문을 빠르게 했다.

 레스토랑 입구.

 입구가 마음에 든다.

내 저녁 메뉴 Halibut(넙치)로 만든 생선튀김.

 나와 베라는 위에 보이는 사진과 같은 메뉴를 시켰고, 와타루와 치카는 연어 스파게티를 시켰다. 내 추천은 연어 스파게티이다.. 이건 호불호가 좀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베라는 맛없다고 했다. 나는 뭐 그냥.. 특이한 생선튀김이었다. 아참 페디는 레스토랑에서 먹고싶지 않다고해서 주변 카페에서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시고 우리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나중에 합류했다. 저녁시간은 화기애애했고 아주 즐거웠다. 2주가 넘게 지난 지금 무슨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먹는데 더욱 집중을 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른 건물로 들어가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기약없는 기다림이었다. 사실 못 볼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빙판길에서의 운전과 온천, 나쁘지 않았던 저녁식사는 나를 점점 졸리게 만들었다. 나는 잠깐 테이블에서 졸기도 하고 짧은 잠을 자기도 하면서 기다렸다.
우리처럼 오로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았다.

 갑자기 우리가 있는 장소가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
번쩍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밖을 향해 나갔다. 오로라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로라 하면 떠오르는 에메랄드 빛깔의 커튼은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색 줄. 저것이 오로라라고 한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큰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조리개를 열고 촬영시간을 10초 이상으로 설정해 찍으니깐 에메랄드 빛깔의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만.. 내 아이폰 8로는 그냥 검은화면만 찍을 수 있었다.
큰 카메라를 가지고있던 페디는 우리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었다. 
같이 단체사진도 찍었다. 정말 마음에 든다. 잊을수 없는 추억이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사진을 찍어야만 볼 수 있는 오로라.

 눈으로 볼 수 없는 오로라였지만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건 불행중 다행이었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역시 운전은 나의 몫이었다.
와타루가 힘들면 바꿔준다고 했지만, 와타루 이름으로 된 보험은 없었기에 나는 고맙지만 괜찮다고 자연스례 거절의사를 표시했다.
숙소로 돌아가는길은 올때와 비교를 하면 훨씬 조용했다. 어떤 구간에는 가로등 조차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하이 빔을 키고 다녔다. 일명 쌍라이트. 
나만 느끼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딘가 초행길을 갈때와 그 다음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걸. 온천에서 숙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보면 거의 차이나지 않았지만 훨씬 빨리 도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먼저 9th Ave Hostel에 가서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베라, 치카, 와타루를 내려준 뒤 나랑 페디는 Glacier House로 갔다. 페디에게 역시 잘 자라는 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꿀같은 숙면을 취했다.

 잠들기 전 생각했다. 정말 황홀한 여행을 하고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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